코로나 이후 연준의 적극적인 통화 정책과 정부의 재정 정책을 통해 미국은 경기침체를 벗어나는 것으로 보이며, 더 나아가서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인해 재화 가치가 폭등하는 등의 인플레이션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발생 시 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을 걱정하는 주식시장에서는 최근 조정을 겪는 모습을 보입니다. 인플레이션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싶은 생각에 “인플레이션 이야기”를 읽었으며, 향후 투자에도 참고하고자 합니다.
‘인플레이션 이야기’는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1장 화폐의 역사/제2장 중앙은행의 탄생과 인플레이션 역사/제3장 미국 연준과 인플레이션, 금리의 역사/제4장 인플레이션의 미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1장/제2장/제3장은 화폐의 역사, 인플레이션의 역사, 중앙 은행의 역사를 주로 설명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중앙은행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과거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생겼는지 등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중앙은행의 역사적 배경을 읽으면서, 왜 미국 중앙은행은 정부가 지분을 갖지 않고 민간기업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간혹 미국 연준에 대해서 민간 기업이기 때문에 음모론(ex 일루미나티, 로스차일드 등등)에 대한 내용을 보곤 했었는데, 연준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면 왜 민간 기업으로 탄생하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중앙은행의 탄생과 미국 연준의 역사적 배경을 좀 더 서술하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최초의 중앙 은행 – 영국 영란 은행
1) 중세 시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과거 유럽 왕들은 전쟁과 사치 등으로 인해 많은 채권을 발행했으며, 이는 많은 부작용을 만들었습니다. 금속 화폐를 사용하던 시대에는 금과 은의 순도 조작을 통해 화폐의 가치를 절하하여 채무 부담을 낮췄으며, 중세 시대 유럽에서는 국왕이 채권의 이자와 원금 지급을 거부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2) 영국 명예 혁명
영국에서는 1671년 영국 국왕 찰스 2세가 원금과 이자 지급을 거부하였으며, 이어서 제임스 2세는 벽난로세 등 수만은 품목에 세금을 부과하여 의회를 비롯한 납세자의 강한 반발을 초래했습니다. 결국 시민들은 1688년 명예혁명을 일으켜 제임스 2세를 내쫓고 네덜란드의 윌리엄을 국왕으로 옹립하였습니다. 시민들이 제임스 2세를 국왕으로 세우면서 ‘새로운 세금을 걷을 때 의회의 동의를 얻을 것과 국민의 재산을 자의로 강탈하지 않을 것’을 약속받았습니다. 이처럼 영란은행이 설립되기 이전에는 국왕(=정부)이 통화 정책을 조정할 수 있어서, 방만한 재정 지출을 하고 화폐 가치 절하, 채권 지급 거부 등으로 인해 피해는 시민이 겪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3) 최초의 중앙은행
최초의 중앙은행은 영국에서 1694년에 설립되었습니다. 당시 영국은 9년 전쟁에서 프랑스에 패한 뒤 해군 육성을 위해 돈이 필요했으며,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영란은행 지주 회사를 설립하고 주식을 발행하여 주주를 모집했습니다. 설립 당시에는 화폐 발행권한이 없었지만, 정부에 대한 대출을 대가로 화폐 발행 권한을 부여받았습니다. 영국 정부는 기존에 발행했던 부채를 영란은행 주식과 교환함으로써 정부의 부채를 영란은행으로 넘겼습니다. 이후 정부는 영란 은행을 통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각자의 은행권을 발행하던 시중은행의 발권 권한을 빼앗아 본격적인 중앙은행으로써 역할을 하게 됩니다.
4) 영란은행 국유화
다만, 영란 은행의 권한이 막강한 나머지 정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여 금본위제를 부활시키는 등 악영향이 있었습니다. 노동당은 영란은행의 큰 힘에 거부감을 가졌으며, 대공황으로 인해 여론도 민간 기업이 화폐를 방행 하는 것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노동당이 1945년 집권하고 1946년에 영란은행은 국유화되었습니다. 1998년 공기업으로 전환되어 전체 지분의 절반을 영국 법무국이 보유하고 있으며, 금융정책의 독립성이 보장되어 있습니다.
2. 미국 연준의 탄생
1) 제1차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현재의 미국 연준은 3차로 1차, 2차 연준은 당시 정부와 여론에 의해서 폐지가 되었습니다. 1차 연준은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설립되었습니다. 설립 당시 재무부 장관이었던 해밀턴은 영국처럼 부강해지기 위해 중앙은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하지만, 토마스 재퍼슨 등의 반 연방주의파는 중앙은행을 통해 소수가 대중을 지배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결사반대하였습니다.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양측을 중재하여, 20년간 실험 운영하기로 타협하였습니다. 또한, 해밀턴은 반대의 의견을 수렴하여 위기 상황 또는 정치적인 판단에 의해 지폐를 마음대로 찍어낼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부가 지분의 20%만 소유하고 나머지는 민간이 보유하도록 하였습니다. 하지만, 20년 후(1811년) ‘연방 중앙은행의 활동이 헌법에 위배된다’라는 반연방주의파 정부의 연장 거부 논리에 따라 결국 영업이 종료됩니다.
2) 제2차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제2차 연준은 1816년 정부의 필요(은행권의 태환 유지, 연방 정부 채무 상환 지원)에 의해서 다시 20년간 실험 운영하게 됩니다. 제1차와 마찬가지로 정부는 20% 지분을 소유하였습니다. 제2차 연준은 주법 은행이 정화(=금)를 더 많이 보유하도록 하여 대출을 억제하였으며, 이로 인해 대출의 질이 향상되었습니다. 또한, 주마다 1개의 지점을 설치하여 전국적으로 동일한 지폐를 공급하여 미국 경제 성장에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지점 설치를 반대했던 주지사들, 대형 중앙은행에 적대적인 민간 은행가, 은행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서민들은 제2차 은행의 존속을 반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1836년 앤드루 잭슨 대통력이 연준 연장을 거부하면서 제2차 연준도 사라졌습니다.
3) 제3차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제2차 연준이 사라지고 난 후 미국은 주정부의 인가를 받아 영업하는 주법 은행만 남았으며, 주정부가 자체적으로 은행 지급준비급, 이자율, 최저 자본금을 규제했습니다.
1836년에 국법 은행법이 제정되면서 주법 은행은 사라지게 됩니다. (주법 은행은 주정부가 승인한 민간은행, 국법 은행은 연방정부가 승인한 민간은행입니다.) 당시 미국 정부 지폐 총량은 국법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연방정부의 채권량에 의해 정해져서 탄력적인 화폐 공급이 어려웠습니다. 이로 인해 1800년대 후반에 유동성 부족으로 은행의 부도와 뱅크런 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났으며, 1907년 영란은행의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으로 중앙은행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되게 됩니다.
그 결과 1913년 제3차 연준이 설립되며, 연방준비제도의 핵심 목표는 금융 위기 시 탄력적으로 통화량을 조절하여 금융 기관에 유동성을 신속하게 공급하여 금융위기를 방지하는 것이었습니다. 제3차 연준이 기존 연준과 다른 점은 정부의 지분이 없으며, 사립 은행들이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많은 논란이 있지만, 설립 당시 금융 위기를 JP 모건을 주축으로 한 민간 은행이 자금을 공급하면서 금융 시장을 회복시킨 점이 인정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하여 책의 저자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는 중앙은행에 대한 미국적 사고에 기인한다고 서술하였습니다. 다만,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이 승인한 이사 7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받고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면서, 중앙은행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미국 연준의 통화 정책을 보며 막연하게 돈을 너무 많이 풀어서 문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서, 연준의 주요 목표가 금융 위기 시 유동성 공급에 있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어 일련의 미국 연준의 정책을 좀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파월 의장이 말하는 인플레이션과 고용율까지 갈 길이 멀다는 말이 결국 연준의 설립 목표와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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